7년 전 새벽 두 시, APM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지방에서 버스 타고 올라와서 지도 들고 헤매다가 동대문 패션타운 들어갔더니 거기가 소매상이더라고요. 도매처는 따로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용기 내서 한 도매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몇 장 살 거예요?" 딱 한 마디 하시더니 제가 "세 장이요" 했더니 그냥 돌아서 버리셨어요. 낙찌도 모르고 장끼도 모르고, 최소 수량이 보통 한 스타일에 육 장에서 열두 장이라는 것도 그날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돈은 있는데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그나마 건진 게 한 도매 사장님이 시아게 넘어가는 행거 옆에서 잠깐 불러 세우시더니 "처음이죠? 낙찌 계산은 이렇게 해요" 하고 단가 체계를 짧게 설명해 주셨어요. 그분 덕에 겨우 두 스타일 사입하고 새벽 다섯 시 버스 탔습니다.
첫 사입 물량이 얼마나 됐냐고요. 부끄럽지만 가방 하나 겨우 채웠습니다. 근데 그날 새벽 냄새, 형광등 빛, 행거 끌리는 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 있어요. 그게 결국 지금까지 이 일 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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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회원가입그 도매사장님 진짜 천사네.. 저도 첫 사입할 때 최소수량 때문에 멘붕했는데 누군가 툭 건져주는 경험이 있으면 그게 인생에서 제일 큰 도움이 되더라
아 정말이지, 그 새벽 동대문 특유의 냄새랑 소음은 평생 못 잊어요. 저도 그 길 헤맸던 날이 생생한데 읽으니까 그 막막함이 또 생기네요. 그나마 친절한 사장님 만나서 다행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