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반, 광장시장 골목 끝 도매처 문 앞에서 명함 들고 서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 도매처 컨택할 때 무작정 "저 사입하러 왔어요" 한 마디만 했다가 사장님한테 낙찌 맞고 쫓겨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제일 먼저 배운 건 수량 얘기 먼저 꺼내지 말라는 거였어요. 초보 티 팍팍 나는 게 "몇 장부터 떼나요?"부터 물어보는 거라고, 옆 도매처 사장님이 나중에 귀띔해 주시더라고요. 관계 좀 트고, 어디서 파는지, 어떤 스타일 위주로 보는지 먼저 보여줘야 사장님들이 마음을 여세요.

그리고 시아게 상태는 무조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카탈로그 사진이나 도매앱 사진만 믿었다가 실제 받아보니 실밥 처리가 엉망이거나 봉제 틀어진 장끼들 꽤 있었어요. 그게 그대로 내 고객한테 나가면 반품에 환불에, 도매처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단가 협상은 세 번째 방문 이후부터가 맞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신뢰가 쌓이기 전에 무리하게 단가 깎으려다 도매처 자체를 날려먹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좋은 도매처 하나가 얼마나 귀한지, 새벽시장 몇 년 다니다 보면 뼈저리게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