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반, 헬스장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매처 기억하세요? 평화시장 쪽에서 여성 블라우스 납품 잘 해주던 데. 거기 사장님이랑 단가 협상하다가 제대로 된 수업료 낸 얘기 한 번 꺼내볼게요.

그날 시아게 마감이 거의 된 블라우스 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원래 장끼가 8,500원짜리였는데 제가 욕심 부려서 7,800원까지 낙찌를 쳤거든요. 사장님이 좀 망설이다가 그냥 주더라고요. '아 오늘 잘 뽑았다' 싶어서 세 박스 가득 가져왔어요.

문제는 일주일 뒤에 터졌어요. 봉재 마감이 엉성한 거, 단추 구멍 실밥 처리가 대충 된 거, 심지어 원단 결이 한쪽으로 쏠린 불량 건이 박스마다 섞여 있는 거예요. 반품 요청에 환불 처리까지 오히려 손해를 더 봤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장님이 단가 맞추려고 시아게 검수를 줄인 물건을 제게 넘긴 거였어요.

도매처 사장님들이 단가를 선뜻 내려준다 싶으면 꼭 이유가 있어요. 거래 오래 된 단골한테 주는 진짜 낙찌랑, 어딘가 빠진 게 있어서 넘기는 낙찌랑은 전혀 다릅니다. 새벽에 피곤하고 빨리 사입 끝내고 싶은 마음 이해하지만, 단가 500원 아끼려다 고객 신뢰 날리는 거 한 번씩은 다들 겪어봐야 정신 차리나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