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새벽 두 시, 에이피엠이나 디오트 도매처 돌다 보면 꼭 만나는 분들이 있어요. 사입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요. 그분들이 항상 하는 말이 "위탁으로 먼저 해볼까요?" 인데,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 마음 십분 이해해요.

위탁은 재고 리스크가 없으니까 초기 자본 부담이 확실히 작아요. 근데 현장에서 보면 도매처가 위탁 물량 관리를 사입 거래처만큼 꼼꼼하게 챙겨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인기 시아게 나오면 단골 사입 셀러한테 먼저 넘어가고, 위탁 쪽은 재고 딸리면 그냥 품절 처리돼버리거든요. 마진도 위탁은 보통 장끼 대비 10~15%p 낮게 잡히고, 낙찌 상품 협상도 거의 안 돼요.

사입은 반대로 현금이 묶이는 게 무섭죠. 새벽에 감 잡고 100장 질렀다가 시즌 지나서 재고 떠안은 적, 저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근데 그 리스크를 감당하는 만큼 도매처 관계도 쌓이고, 단가 협상 여지도 생기고, 급하게 물량 끌어올 때 먼저 연락 오는 구조가 만들어져요.

결국 위탁이냐 사입이냐는 자본력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느 채널에서 얼마나 빠르게 회전시킬 수 있느냐를 먼저 계산해야 해요. 마진 좋은 사입도 회전 못 시키면 독이 되고, 위탁도 채널 트래픽 충분하면 충분히 굴러가거든요. 지금 내 상황에서 재고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 딱 그 선을 먼저 알아야 선택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