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샘플 보자마자 바로 본주문 때리는 케이스도 있지만, 이번 건은 달랐어요. 이 도매처가 주는 샘플 원단 자체는 받자마자 깔끔하긴 했거든요. 근데 한두 번 입어봤다고 그 원단이 제대로 버티는지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일부러 며칠 굴려봤어요. 세탁도 하루 걸러 한 번씩 돌려보고, 건조대에 걸어서 보풀 일어나는지 체크하고.

첫날엔 괜찮더라고요. 면 혼방에 신축성도 적당해서 입었을 때 시아게 맛이 꽤 살아 있었어요. 근데 이틀째부턴 팔꿈치랑 소매 끝단 보풀이 살짝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도매처 사장님한테 슬쩍 물어보니 장끼 타임에 남는 재고에서 뽑았다더라고요. 가격도 동대문 시세보다 15% 정도 저렴했거든요. 보풀 이슈만 없으면 올리고 싶어서, 친한 도매처 두세 곳에 원단 평가 부탁했는데 전부 "반시즌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정도였어요.

낙찌 없이 버티자 싶어서 300장 소량 질렀는데 일주일 뒤 올린 상품평에 보풀 얘기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세탁 안내에 꼭 뒤집어 찬물 세탁 하라고 넣은 게 먹혔나 봐요. 샘플 확인이 정말 끝까지 가봐야 나온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